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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1. 영화 '러브레터'

 

 

 

  

 


겨울에 생각나는 멜로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러브레터'라고 얘기할 수 있을것 같아요.

러브레터가 1995년에 개봉을 하고 21년만에 2016년에 다시 재개봉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영화 러브레터를 안보신 분들도 이 말은 잘 알고 계실거예요.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고 있나요?)

 

제가 처음 러브레터를 본 것은 고3의 겨울이었어요.

막 수능을 끝내고 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 되었을 즈음이라 들떠있는 상태에서 봤었거든요.

그리고 사랑과 이별의 경험이 없었던 터라 단순히 가슴 아픈 멜로 영화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어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한 뒤에 본 러브레터는 아련함 그 이상으로 다가오게 되었어요.

아날로그적 감정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이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순수한 첫 사랑이 그리워지기도 하네요.

 

영화 러브레터는큰 이야기 안에 작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흐름이 진행이 되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이고 여자 주인공이 12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흐름 파악이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한 1/3쯤 지나다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죠.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를 제작한 배경이 어느 나라인지에 따라서 그 나라의 문화가 반영되어있는 것을 보게되요. 

그래서 그 나라의 문화를 알게되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조금은 쉬울수도 있을것 같아요. 


러브레터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후지이 이츠키라는 남자의 추모식이 열리고, 죽은지 2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는 그의 약혼녀가 나오죠. 

그의 추모식이 끝나고 그의 약혼녀는 그의 집에서 낡은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게 되요. 

그리고 앨범 뒤에 나와있는 그의 옛 집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되죠.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요? 

편지 수신인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답장이 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약혼녀는 정확히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답장을 받게 되요. 


정말 그가 보낸 편지였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름의 누군가가 보낸 편지였을까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동명이인을 흔하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성씨는 약 286개로 300개를 넘지 않는데 일본은 10만~30만개 정도의 성씨가 있다고 해요. 

그러니 동명이인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의 약혼녀에게 답장을 한 것은 다름아닌 후지이 이츠키의 중학교 여동창 후지이 이츠키였어요. 

답장이 온 것에 놀란 그의 약혼녀는 중학교 졸업 앨범에서 여동창 후지이 이츠키를 찾아보게 되죠. 

그런데 앨범 속의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다는 것에 더욱 놀라게 되요.

반면 후지이 이츠키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편지가 온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데 

나중엔 그 편지가 중학교 동창이었던 후지이 이츠키 앞으로 온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요.

두 여인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약혼녀는 연인에 대한 어릴적 흔적을 찾고, 

동창인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옛 추억 속에서 떠올리게 되죠.





그의 동창인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신에게 했던 후지이 이츠키를 떠올려요.

왜 그때 그가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어른이 되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단지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그녀의 기억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사실은 후지이 이츠키의 첫 사랑이 후지이 이츠키 였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던거죠.

처음엔 우연히 잘 못 배달된 편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그 편지가 그녀의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되요.

그의 약혼녀와 함께 편지를 주고 받고 그의 추억들을 공유하면서 왜 그때 그가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요.


그녀가 후지이 이츠키와 함께 도서관 청소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에 본인의 대출이력을 남기려고 하는 것을 보고 독특한 아이라고만 생각을 해요.

시간이 지나 그가 이사를 가면서 그녀에게 본인이 대출했던 책을 대신 반납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되요. 

왜 그가 그때 그런 부탁을 했었는지 진짜 의미를 모르고 있었던 그녀는 

그와의 추억을 다시 한번 회상하기 위해 찾은 도서관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요.

        




도서관을 청소하던 아이들이 재미로 후지이 이츠키가 적힌 책을 찾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그려진 대출카드를 찾게 되고 아이들은 그녀에게 이 대출카드를 건네주죠.

대출카드를 받아든 그녀는 알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함께 그녀를 향한 그의 아련한 사랑을 느끼게 되요.  

그녀가 그의 첫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은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난 뒤였죠. 

너무도 뒤 늦게 그의 사랑을 알게된 후지이 이츠키는 먼 산을 향해 이렇게 외치죠.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오겡끼데쓰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그들의 아련한 사랑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게 되요.


그는 죽어가면서 까지도 약혼녀를 떠올린 것이 아니라 그의 옛 사랑, 잊을수 없는 첫 사랑을 떠올리고

그녀와 너무도 닮은 사람과 결혼을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첫 사랑을 떠올렸다는 생각에

약혼녀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후지이 이츠키 입장에서는 옛 사랑이 돌고돌아 찾아왔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어요.


누구나 첫 사랑에 대한 추억이 있죠. 

처음 사랑을 느꼈던 대상에 대한 기억은 가슴속 오래 간직되는 것 같아요. 

아련한 첫 사랑의 흔적을 추억하고 싶다면 단연 러브레터를 추천하고 싶네요. 


영화의 스토리와 OST와 영상미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영화 러브레터 리뷰였습니다.